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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8.

    by. start-2025

    목차

      직장 회의나 학교 토론 시간, 말을 아끼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소극적인 성격이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행동심리학은 그보다 더 깊은 이유를 설명합니다.
      침묵은 의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견을 말하지 않기로 ‘학습된 행동’ 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생각은 있지만 말하지 않는 심리 패턴인 것입니다.

      이러한 침묵은 특히 직장 내 회의나 평가 자리처럼 공적 발언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반복되기 쉬우며, 뇌는 그 자리에서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침묵이라는 전략을 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뇌는 말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걸까요?

       

       

      말하지 않는 이유: 감정 비용 계산과 회피 행동

      행동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을 때, 그 이면에는 감정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자극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회의 중 침묵은 그저 ‘말할 타이밍을 못 잡아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말하는 데 따르는 위험이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회의는 기본적으로 ‘공개 평가 환경’입니다. 누군가의 말은 즉시 반응을 얻거나,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뇌는 무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계산을 하게 됩니다.

      • 이 말을 해도 나에게 도움이 될까?
      • 혹시 실수하면 누가 비웃지는 않을까?
      • 내 말이 무시당하거나 덜 중요하게 여겨지진 않을까?

      이러한 질문은 대부분 사회적 위험(social threat)에 대한 감정 평가이며, 말하기보다는 말하지 않는 쪽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뇌는 침묵을 택하게 됩니다.
      이를 행동심리학에서는 감정 비용 회피(emotional cost avoidance)라고 부릅니다. 즉,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감정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뇌가 판단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팀 내에서 가장 말이 없는 구성원이 실제로는 메신저나 1:1 대화에서는 활발한 의견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의견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가 발언하기에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된 것일 수 있습니다.

       

       

      침묵은 과거의 경험에서 학습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회의 중 침묵이 단지 현재의 기분이나 순간적인 감정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과거에 발언을 시도했다가 비웃음을 받거나 무시당했던 경험이 반복되면, 뇌는 이를 학습하고 ‘발언=불쾌한 결과’라는 연결 고리를 만들게 됩니다.

      이를 행동심리학에서는 부정적 피드백에 의한 회피 강화(Avoidance Reinforcement)라고 설명하며, 이 패턴은 특히 다음과 같은 환경에서 더욱 강화됩니다.

      • 직급 간 위계가 뚜렷하고 상사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회의
      • 발언이 끊기거나 논리적으로 반박당할 때 기분이 나빠지는 경험
      • 팀원 간 신뢰가 낮아 서로의 발언을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분위기

      이런 경험들이 반복되면 뇌는 침묵을 ‘회피 기제로서의 안전 지대’로 인식하게 되고, 말하지 않는 것이 자동 반응처럼 자리 잡게 됩니다.
      실제로 몇몇 기업 조직 내 조사에 따르면, 팀 회의에서 가장 말이 없던 구성원 중 일부는 이전 회사에서 의견을 냈다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즉, 침묵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닌, 환경과 경험의 누적에 따른 학습된 방어 반응일 수 있습니다.

       

       

      침묵은 소속감 부족과 위계 인식에서 강화되기도 합니다

      회의에서 말하지 않는 또 다른 중요한 심리 요인은 ‘말해도 소용없다’는 느낌과 ‘내 자리는 말할 자리가 아니다’는 위계 인식입니다.

      이는 행동심리학에서 사회적 거리 인식(Social Distance Perception)과 관련됩니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그룹 내 위계가 강하다고 판단되면 사람은 자신을 관찰자 위치로 물러나게 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인턴이 회의에 참여했을 때 대부분의 의견이 부장급 이상에서 오간다면, 인턴은 그 회의를 자신의 참여 무대가 아닌 관람 무대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하거나 방해가 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자주 바뀌는 팀 구조, 고용 불안정, 프로젝트 단기 참여자 등은 자신의 위치가 안정되지 않았다고 느끼며 소속감과 책임감의 연결이 느슨해지기 때문에 말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말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두려움이 아닌, 역할 구조와 감정적 거리에서 비롯된 ‘무의식적 탈참여’일 수 있습니다.

       

       

      침묵은 성격이 아니라 ‘학습된 반응’일 수 있습니다

       

       

      침묵을 줄이고 참여를 유도하는 실천 전략

      조직에서 침묵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유롭게 말해도 됩니다”라는 말보다, 발언의 감정적 부담을 줄이고 구조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행동심리학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제안드립니다:

      1. 사전 익명 의견 수집 → 회의에서 공유
        – 회의 전에 간단한 익명 설문이나 온라인 메모로 의견을 받아두면, 부담 없이 다양한 시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2. ‘말하지 않고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 만들기
        – 스티커 붙이기, 손들기, 투표, 아이디어 종이에 적기 등 비언어적 표현을 병행하면 발언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3. 첫 말은 무조건 짧고 쉬운 질문으로 시작하기
        – 예: “오늘 회의 주제, 한 단어로 표현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이렇게 시작하면 첫 침묵의 벽을 부드럽게 허물 수 있습니다.
      4. 회의 중 실시간 피드백 강화하기
        – “그건 좋은 관점이네요”, “아, 그 표현은 새롭습니다”와 같은 긍정적 피드백은 다음 발언을 유도하는 긍정적 강화 자극이 됩니다.
      5. 말하지 않은 사람에게 ‘지명’이 아닌 ‘기회’ 주기
        – “혹시 추가 의견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이 부분에 대해 다른 관점 있으신 분 계실까요?” 등 지명 부담 없이 문을 열어주는 표현이 더 효과적입니다.
      6. 회의 후 팔로업 의견 채널 운영하기
        – 회의 종료 후에도 이메일, 채팅방 등을 통해 추가 의견을 요청하면 말로는 어렵지만 텍스트로는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참여자의 반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전략들은 단순히 회의에서 ‘말을 많이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심리적 안전을 조성하고, 참여자 개개인이 ‘자신도 기여할 수 있다’는 감정적 신호를 주는 구조 설계가 핵심입니다.

       

       

       

      요약하자면, 회의 중 침묵은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은 있어도 말하지 않기로 학습된 심리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행동심리학은 이를 두려움의 표현으로만 보지 않고, 감정 비용, 사회적 리스크, 이전 학습 경험, 소속감 결여 등 다면적인 요소로 분석합니다.
      조직이나 리더는 말수가 적은 구성원을 변화시키기보다, 말하기 쉬운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그 누구도 침묵하지 않도록, 구조부터 바꿔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