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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11.

    by. start-2025

    목차

      퇴근 전까지 메일창을 켜두고, 커피를 들고 회의실을 분주히 오가며 무언가 하고 있는 듯한 모습. 이러한 모습은 실제로는 생산적인 행동과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조직 안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로 이어지곤 합니다.

      ‘성과’보다 ‘바빠 보이려는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들. 이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 걸까요?
      행동심리학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눈치 보기나 이미지 관리로 보지 않습니다. 이는 사회적 보상에 기반한 학습, 심리적 생존 본능, 그리고 정체성 방어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바빠보이고 싶어하는 심리

       

       

      바쁜 척이 생존 전략이 된 이유 - 사회적 강화와 눈치 평가

      행동심리학의 사회적 강화(social reinforcement)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특정 행동이 반복해서 긍정적 피드백(칭찬, 인정을 포함한 사회적 수용)을 받으면 그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강화합니다. 현대의 많은 직장 문화는 ‘성과’보다 ‘노력의 모양’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업무 중 열심히 타이핑을 치고 있는 모습, 회의 중 끊임없이 메모를 하는 모습, 혹은 항상 업무 채팅방에서 빠르게 반응하는 직원이 바빠 보이는 사람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지요.

      반면, 실질적인 결과를 빠르게 내고 바로 퇴근하는 사람은 “일찍 퇴근하네?”, “일이 없나?”와 같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조직 분위기 속에서 직원은 점차 ‘결과를 내기보다 바쁘게 보이자’는 행동을 학습합니다.
      즉, 성과가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분주함’을 보여주는 것이 더 안전한 전략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보상 구조가 결과보다 외형에 집중될수록, 구성원은 점점 형식적인 행동에 에너지를 쓰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인 업무 문화를 고착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성과 불안, 평가 불안이 만든 ‘가짜 분주함’

      많은 사람들이 일 자체보다 평가받는 상황을 더 두려워하게 되는데, 이때 나타나는 가장 흔한 반응이 바로 ‘바빠 보이기’입니다.
      행동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불안 회피 전략(social anxiety avoidance strategy)이라 부릅니다. 성과는 때때로 눈에 보이지 않거나,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영역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전략기획, 디자인, 마케팅 기획 같은 업무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평가 기준도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구성원은 “지금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게 되지요.

      또한 상사와의 거리감이 크거나, ‘무언가 해야 한다’는 눈치 문화가 강한 조직일수록 구성원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아래와 같은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택하게 됩니다.

      • 이미 끝낸 업무를 반복 확인한다.
      • 굳이 팀 메신저에 “이거 확인했습니다”를 여러 번 남긴다.
      • 회의 중 질문은 하지 않지만 계속 메모하는 척을 한다.

      이러한 행동은 당장은 안전한 선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진짜 성과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에너지만 낭비하게 만드는 심리적 회피 반응입니다. 그리고 이 회피는 시간이 갈수록 습관처럼 굳어져 결국 성과 중심 업무에서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지요.

       

       

      바빠 보여야 나인 것 같은 정체성 방어 메커니즘

      바쁘게 보이려는 행동은 때로는 자기 정체성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성실하다’, ‘노력한다’, ‘게으르지 않다’는 이미지를 통해 자기 가치를 인정받아 왔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심리가 작용합니다.

      행동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확인 편향(self-verification bias)이라 합니다. 즉,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자기 개념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도 바쁜 사람처럼 행동하며 그 모습을 자주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이때, 행동의 실제 목적은 일의 완수가 아닌 자기 위안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할 일이 많지 않아도 아침 9시부터 노트북을 켜고 일정표를 쳐다보며 ‘일하는 느낌’을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또는, 작은 일 하나를 여러 개로 쪼개어 메모장에 적고 체크 표시를 하며 심리적 성취감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 이러한 행위는 단기적으로는 자기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제 행동의 진척 없이 외형에 집착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 자기 효능감이 낮아진 시기, 실질적 성과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이런 방어적 행동이 더 강해지게 됩니다.

       

       

      바쁜 척에서 벗어나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실천 전략

      성과보다 바빠 보이려는 행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식하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나의 업무 인식과 실행 구조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유효한 실천 전략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으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업무 일지를 ‘시간’이 아닌 ‘결과 단위’로 기록하기
        – “오늘 몇 시간을 일했는가”보다 “무엇을 마무리했는가”에 집중하세요.
        – 매일 퇴근 전 ‘성과 한 줄 기록’을 남기면 뇌의 인식 구조가 달라집니다.
      2.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 던지기: ‘내가 지금 바쁜 이유는 무엇인가?’
        – 진짜 일이 많아서인지, 보여주기 위한 바쁨인지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의 목적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3. 조용한 몰입을 스스로 인정하기 위한 리추얼 만들기
        – 외부 반응 없이도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세요.
           예: 특정 시간에는 알림 차단, 1시간 작업 후 셀프 칭찬 한 줄 작성.
      4. 상사나 동료와의 기대치를 구체적으로 정리하기
        – 막연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보고할지’ 명확히 합의하면 바쁘게 보이려는 과잉 행위가 줄어듭니다.
      5. 중간 점검보다 ‘끝 점검’ 중심 보고하기
        – 진행 상황만 반복 공유하는 습관보다, 결과가 뚜렷한 시점에 공유하는 습관을 들이면 성과에 집중하는 인식이 강화됩니다.

      이러한 전략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남기기 위한 시간과 에너지 배분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둡니다.

       

       

       

      바빠 보이려는 행동은 게으름의 반대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성과 회피와 자기 안정 추구라는 심리적 패턴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행동심리학은 이 현상이 단지 조직 문화의 문제를 넘어서, 개인의 자기 이미지, 사회적 평가 불안, 보상 구조 왜곡의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오늘 하루 얼마나 바빴는지보다,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 그것이 바로 바쁜 척의 루프에서 벗어나는 가장 강력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