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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6.

    by. start-2025

    목차

      “오늘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치킨을 시켜 먹었어.”

      혹시 이런 말을 해보신 적이 있다면, 감정섭식(emotional eating)을 경험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정섭식이란, 배고픔이 아니라 감정 상태에 의해 음식 섭취 행동이 유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수전 앨버스(Susan Albers)는 사람들이 음식을 위안 수단으로 삼는 경우, 실제로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정서적 공허감, 불안, 지루함, 외로움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 우리 뇌에서는 편도체가 활성화되며, 그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도파민을 분비할 만한 자극을 찾게 됩니다. 그때 가장 빠르게 작동하는 보상 수단이 바로 음식입니다. 특히 고지방·고당류 음식은 즉각적인 쾌락을 주기 때문에 습관화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감정 기반 섭식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 수는 있지만, 곧 후회와 죄책감을 불러오며 자기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다시 폭식을 유도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즉, 다이어트 실패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감정 조절 실패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심리학의 관점입니다.

       

       

      다이어트가 매번 실패하는 진짜 이유, 심리학으로 본 감정과 행동 변화

       

      '자아 고갈 이론' – 의지가 닳아 없어지는 이유

      우리는 흔히 “의지를 굳게 다지면 다이어트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의지는 무한한 자원이 아닙니다.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는 심리학 개념은 이 사실을 잘 설명해 줍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실험을 통해, 하루 동안 여러 가지 결정을 많이 내릴수록 자제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즉, 자제력도 에너지처럼 점차 소모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업무 스트레스를 받으며 타인을 배려하고 인내했던 사람이 집에 돌아와서는 다이어트 식단을 지키지 못하고 폭식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피곤해서가 아니라, 자제력이 모두 소진된 상태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가장 쉬운 보상 수단인 음식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제력에만 의존하는 다이어트는 매우 불안정합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자제력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 식사를 미리 준비해두어 결정 횟수를 줄이기
      • 배달앱을 삭제하여 유혹 차단하기
      • 하루 한 끼는 자유롭게 먹는 ‘회복 식사’ 도입하기

      이러한 전략들은 결정 피로를 줄이고 자아 고갈을 방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습관을 ‘의식’에서 ‘자동화’로 – 뇌의 시스템 1 활용하기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두 가지 시스템으로 구분했습니다.

      • 시스템 1: 빠르고 자동적이며 무의식적인 판단
      • 시스템 2: 느리고 신중하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판단

      일반적으로 다이어트는 시스템 2에 의존하게 됩니다. 오늘 먹을 음식, 운동할 시간, 유혹을 거절할지 말지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의식적인 결정을 내리다 보면, 앞서 설명한 자아 고갈 현상과 맞물려 다이어트를 지속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행동의 자동화, 즉 습관화입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양치할 때 “오늘은 양치할까?”라고 고민하지 않듯이, 운동이나 식단도 일정 수준 이상 반복되면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1시간 운동”보다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분 스트레칭”처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수준에서 행동을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작이 쉬워야 꾸준히 할 수 있고, 꾸준해야 자동화가 됩니다.

      이처럼 다이어트를 단순한 의지가 아닌 무의식적 습관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성공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내 감정과 친해지는 행동 변화 전략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다이어트는 단순히 먹고 안 먹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핵심은 감정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 감정일기 쓰기
      식욕이 강하게 올라온 순간, 그때 느꼈던 감정을 간단히 메모해 보세요. 예: 회의에서 무시당해서 짜증남, 혼자 있어서 외로움, 퇴근 후 무기력함 이렇게 감정의 원인을 인식하면, 행동을 감정과 분리해 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 충동 사이에 멈춤 버튼 만들기
      먹고 싶은 충동이 들었을 때, 단 5분만 기다려 보세요. 이 짧은 시간이 매우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충동은 대부분 짧고 강하게 올라왔다가 금방 사그라들기 때문에, 이 시간을 버티면 감정을 다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 자기 대화 연습하기
      “내가 지금 정말 배고픈 걸까?”, “혹시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해소하려는 건 아닐까?” 이런 질문은 단순한 자기반성이 아니라, 감정-충동-행동의 고리를 인식하게 도와주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자신이 어떤 감정에 취약한지를 알게 되고 더 나은 대처 전략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무리

      많은 분들이 다이어트를 실패한 뒤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인가 보다”라고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은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실패는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감정의 영향을 쉽게 받는 존재이며, 뇌는 본능적으로 편안함과 보상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하면, 더 이상 스스로를 비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대신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자아 고갈을 피하며, 습관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설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리학은 다이어트를 억제의 문제로 보지 않고, 설계와 이해의 문제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 관점의 변화야말로 진정한 행동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